[보도자료] 인터넷꿈희망터 조선일보 인터뷰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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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또다른 마약 ②] 4년간 하루 14시간씩 게임… "난 현실서 죽은 존재였다" 입력 : 2012.02.01 03:01 | 수정 : 2012.02.01 18:30 대학 등록만 해놓고 골방서 게임… 중독자 차씨의 고백 오후 2시, 눈뜨면 컴퓨터로… 채팅창 켜고 "겜 시작하자" 짜장면 먹으며 아침 7시까지…두 달째 바깥세상 구경도 안해 초등학생 때 손댄 게임이… 동네 오락실 제패로 쾌감 고교땐 밤새 PC방서 살았다 학교친구 다 끊기고 몸 망가져 오후 2시. 눈을 떴다. 창밖이 훤했다. 곧바로 컴퓨터 앞에 앉았다. 24시간 켜놓은 컴퓨터 채팅창에 친구들이 남긴 글을 읽으면서 게임톡(음성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에 접속하고 헤드셋을 썼다. 긴말이 필요 없었다. "잘 잤니. 겜 시작하자." 언제 접속하든 게임 친구 10명 정도는 늘 들어와 있다. 내 스타크래프트 통산 전적은 10만전 7만5000승. 이 세계에서 날 모르는 사람은 없다. 나름대로 '고수'들과 2대 2로 게임을 했다. 나는 언제나 그랬듯 '저그('프로토스' '테란'과 함께 스타크래프트의 3개 종족 중 하나)'를 선택했고, 내 편은 프로토스를 선택했다. 상대방도 같은 종족 배치다. 나는 병력을 줄이고 일꾼을 늘리는 '12드론(드론은 일꾼)' 전략을 준비했고, 정찰에 나서 상대는 병력을 강화하는 '9드론' 전략을 쓰고 있음을 눈치챘다. 헤드셋을 통해 "초반 병력 따이지 않게 주의하라(초반 전투를 피하라)"고 동료에게 말하곤 초반 방어에 열중했다. 12드론 전략은 초반 방어만 잘 하면 무조건 9드론 전략을 이기게 돼 있다. 내 머릿속엔 수백·수천 가지 상황에 대한 '개념(적절한 대응책)'이 자리 잡고 있다. 생각보다 길어지긴 했지만 9분 40초 만에 무난히 이겼다. 몇 시간이 지났는지 모른다. 배가 고파져 중국집에 짜장면·짬뽕 각 한 그릇과 군만두를 시켰다. 언젠가부터 폭식 후 잠이 드는 버릇이 생겼다. 오늘도 14시간 정도 게임을 한 것 같다. 보통 이 정도는 한다. 난 4년째 부모님이 주신 돈으로 강원도의 한 대학에 등록하고 용돈을 받아 생활하고 있다. 하지만, 학교에 간 날은 다 합쳐서 한 달이 안 된다. 4년 내내, 공부하라고 얻어준 방에서 게임만 했다는 걸 알면 부모님은 뭐라고 하실까. 불안해서 폭식하지 않고는 잠이 오지 않았다. 70㎏ 후반이었던 몸무게는 113㎏까지 늘었다. 이 세계에서는 게임 성적이 곧 서열이다. 나이를 알지만 게임 못하면 형이고 뭐고 없다. 실력 있는 사람이 지휘해야 이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 중에는 공장·식당 등에 가끔 나가는 사람도 있다지만 다들 나와 비슷한 상황이다. 두 달째 밖에 나가지 않았다. 면도도 안 해 수염에 덮인 얼굴은 삼국지 게임의 '장비' 같다. 간혹 밖에 나가면 10분만 걸어도 숨이 턱까지 차고 눈앞이 노래진다. 초등학교 때 게임을 시작한 나는 그때 이미 격투 게임 '킹 오브 파이터즈'로 동네 오락실을 제패했다. 중·고생 형 10여 명이 내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 쾌감은 잊지 못한다. 강한 승부욕 탓인지 학교 성적도 늘 상위권이었다. 그러나 고교 1학년 스타크래프트에 빠져들면서 내 인생은 망가졌다. 자는 척하고 누웠다가 부모님이 잠들면 몰래 PC방으로 가 새벽 4시까지 게임을 하고 몰래 돌아오곤 했다. 학교에서는 잠만 자니 성적은 당연히 엉망이 됐다. 친구도 없어졌다. 처음엔 친구들과 게임을 같이 했지만 친구들의 게임 실력이 점점 뒤처지자 나도 모르게 친구들한테 욕을 하며 소리를 치게 됐다. 학교 친구들이 사라진 자리에 온라인 친구들이 들어왔다. 강원도의 대학에 입학해 첫 학기는 어떻게든 게임을 끊고 지내보려 했다. 그러나 공부도, 사람들을 만나는 것도 모두 자신이 없었다. 하루 이틀 학교를 빼먹으니 다시 나가면 "저놈은 뭐냐"고 할 것 같아 더 겁이 났다. 다시 게임에만 몰두했다. 중간에 입대했지만 틈틈이 병영 내 오락기로 게임을 하느라 월급만 날렸고, 휴가 때에도 부모님 잔소리가 듣기 싫어 PC방에서 지내기도 했다. 이제 곧 부모님은 "졸업하고 뭘 할 거냐"고 물어볼 것이다. 자살하려고 아파트 옥상에 올라갔다가 무서워 다시 내려온 적도 있다. "사실 4년간 학교에 다니지 않고 게임만 했다"고 말할 용기가 없다. 집중력을 잃어 게임 몇 판 졌더니 성질이 더 뻗친다. 팀메이트를 쫓아내고 다시 팀을 짜 다섯 번 내리 밟아줬다. 아침 해가 떠오르고 있다. 새벽에 시켜둔 야식을 먹고 다시 잠이 들었다. [게임, 또다른 마약 ②] 차씨, 부모에 말하고 용서받아 게임중독 치료뒤 정상인 생활 입력 : 2012.02.01 03:01 이 글의 주인공 차용원(가명·26)씨는 2010년 말 부모님께 사실을 고백하고 용서를 받았다. 그는 "게임에 빠져 살아있는 시체로 지낸 4년간은 게임 속 세상이 전부인 줄 알았다"고 말했다. 지난해 대학을 그만두고 서울 집으로 돌아와 한 백화점에서 하루 8시간씩 일하며 인터넷꿈희망터에서 게임 중독 치료를 받고 있다. 현재는 게임을 끊었고 체중도 70㎏대로 돌아왔다. 조선일보 한상혁 기자 hsangh@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