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게임, 또다른 마약 ⑨] 게임중독 아들에 맞고 가출한 엄마, 8일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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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입력 : 2012.02.09 03:09 | 수정 : 2012.02.09 10:44 [9] 치료약은 관심과 사랑 포기해선 안 되는 부모 - "야단쳐서는 절대 못 고치고 아이의 의지만으론 어려워… 보듬어서 전문치료 받게해야" 게임중독 아이의 고백 - "정상생활이 불가능한 나, 인정하는 게 너무 싫었지만 상담사에 다 털어놓고 나니 마음 가벼워지고 진지해져" 송영숙(가명·48)씨는 2년 전 중학교 2학년인 아들을 피해 집을 나와야 했다. 180㎝가 넘는 아들 김성현(가명·17)군은 152㎝의 작은 체구인 송씨를 발로 차고 주먹으로 쳤다. "미친 X아. 네가 뭔데"라고 욕도 했고 눈은 뒤집혀 있었다. 김군은 게임에 중독돼 폐인으로 살기 시작한 후 "엄마"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았다. 늘 "미친 X"이었다. 남편도 없는 집에서 이러다 큰 사고가 나겠다는 생각으로 '탈출'하면서 시퍼렇게 멍든 몸보다 마음이 더 아팠다. 주위에서 "훤칠하고 착하다"는 칭찬을 듣던 김군이 변한 것은 중2가 되던 해 아빠와 함께 차를 타고 가다 사고로 아빠를 잃은 후부터였다. 김 군은 아빠의 죽음이 자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학교도 가지 않고 친구도 만나지 않았다. 잠자는 시간만 빼곤 게임만 했다. 송씨는 생활비를 벌기 위해 밤늦게까지 일을 했고, 아들의 증상이 그렇게 심한지 몰랐다. 집을 나온 후 송씨는 아들이 두려웠지만 포기할 수 없었다. 김군이 밤새 게임을 하고 잠든 낮시간에 살그머니 집에 들어가 밥상을 차려놓고 나왔다. 8일째 되던 날 집에 들어가자 자고 있어야 할 김군이 식탁에 앉아 있었다. 당황한 송씨가 들고 있던 시장바구니를 떨어뜨리자 김군이 말했다. "같이 밥 먹어요. 엄마." 1년 반 만에 들어보는 "엄마" 소리였다. 송씨는 아들을 부둥켜안고 한참을 울었다. 김군은 엄마의 설득을 받아들여 한국청소년상담원에서 1주일에 두번씩 상담치료를 받았다. 운동도 병행했다. 김군을 상담한 배주미 팀장은 "김군은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그 상처를 가족을 통해 치유받지 못하고 혼자 간직해 곪아 버렸다"며 "엄마가 자신을 싫어할 것이란 생각이 강했고 그 고통을 게임을 통해 풀고 있었다"고 말했다. 송씨는 친척들을 총동원해 지리산으로 김군과 3박 4일 가족 캠프를 갔다. 친척들은 "너는 정말 소중한 아이다" "사랑한다"라며 김군을 껴안았고, 작은 일도 칭찬했다. 김군은 3박4일 동안 한 시간도 게임을 하지 않았지만, 금단 증상이 없었다. 배 팀장은 "부모가 야단만 쳐서 게임중독을 고칠 수 없다"며 "가장 중요한 건 관심과 사랑"이라고 말했다. 게임중독은 자신의 의지만으로는 끊기 어렵다. 관심과 애정이 꼭 필요하고 전문기관의 도움을 받으면 좋다. 4년간 부모님을 속이고 '게임 좀비'로 살았던 차용원(가명·26·본지 8일자 A3면 보도)씨는 대학 4년 내내 학교에 안 가고 게임만 했다는 사실을 2010년 말 부모에게 고백했다. 그 후 차씨는 게임을 끊겠다는 생각으로 방송통신대에 입학하면서 동시에 공인중개사 자격증 공부도 시작했다. 처음 의지는 강했지만 혼자 힘으로 중독에서 벗어나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공인중개사 학원을 빠지고 PC방으로 향하는 날이 점점 많아졌다. 결국 차씨는 가족과 함께 인터넷꿈희망터를 찾아 중독치료를 시작했다. 그는 "내가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한 상태라는 걸 인정하는 게 너무 싫었지만 일단 상담사에게 모든 것을 털어놓고 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며 "사실을 인정하고 나자 치료를 받는 게 더 진지해졌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방학 동안 운영되는 캠프를 이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게임에 빠져 유급까지 됐던 이지환(가명·15)군은 작년 여름 여성가족부에서 운영하는 '인터넷 레스큐(RESCUE) 스쿨'에 다녀온 후 스스로 컴퓨터를 책상에서 치웠다. 이군은 가난과 엄마에 대한 원망으로 엄마와는 말도 하지 않고 게임만 했다. 그러나 캠프에 다녀온 후 엄마와 영화도 보고 야구장도 다니며 '데이트'를 했다. '인터넷 레스큐 스쿨'에서는 11박 12일 동안 학생 2명당 1명의 멘토가 24시간 아이의 옆에서 생활하는데, 아이들은 상담도 받고 컴퓨터 없이도 재미있게 지낼 수 있다는 것을 배운다. 디딤클리닉 최상철 원장은 "ADHD(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나 정신분열 등 동반되는 정신과적 문제에는 필요에 따라 약물치료도 병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남정미 기자) njm@chosun.com